캐나다/일상 생활

물 박스가 우리 가족의 '밥상'이 되버린 사연

신비한 데니 2010. 4. 12. 06:32
2003년 8월경 캐나다에 왔다. 미국과 캐나다에 큰 정전이 일어난 일이 있은 후 대략 한두달 후이다. 그때만해도 막 공항 돌아가고 있고 이제 막 고쳐가고 있던 시기. 한국에 있을때는 뭐 큰 관심도 안가졌고 가지려고도 안했다.

(에이 지금 전기 안나오는것도 아닌데 뭐..)

하지만 행복함도 잠시... 큰 문제가 있었다. 정전사태로 인해 짐이 늦게 도착하는것이다. 입을수 있는 옷, 프라이팬, 등등 정말 필요한건 언제 챙겼는지 한동안은 괜찮게 있었다.

카페트 위에 얆은 담요같은거 깔고 잤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해 뜨면 일어나고 해 지면 자고. 정말 이때는 한 13시간 잔거 같다. 매일매일;;

침대도 없고. 책상하나도 없다. 의자는 당연히없고. 먹을거는 사야되니까 주변에 있는 한국식품에 아저씨가 데려다 줬다. 열심히 돌아다니다가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바로 물 박스!!!


물박스가 밥상으로 변신하는 시간이였다. 그때만해도 우리 가족은 다 똑같이 생각했다.

'역시 우린 천재야 ㅋㅋ'

그 좁은 상자위에 햇반 차리고 깻입산거 올리고 하면 막 쏟아질라고 한다;;
하지만 땅바닥에서 먹지 않는게 어디인가!

물박스가 있기전에는 어떻게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신문지한장도 없어서 부엌에서 서서 먹은거 같다;;

이때부터 상자를 모으기 시작한다 ㅋㅋ 더 좋은 밥상 어디 없나. 넒은거 없나 하며 모았었다. 이제 반찬 좀 넣고 먹었다. 반찬이라고 해봤자 만두 아니면 김치지만 ㅋㅋ 왜 이렇게 맛 있었는지~^^


그 심심한 하루는 단 두가지로 보냈다. 잠, 그리고 전자사전 게임이다. 별 볼일 없는 게임들이였지만 역시 테트리스의 중독성은 3d 게임 못지 않다. 게임하다 자고 일어나면 먹고. 참~~ 편한 날들이였다 ㅋㅋㅋ

티비는 당연히 없고 컴퓨터도 당연히 없었다...

이젠 거들떠 보지도 않는 전자사전;; 다 망가져서 소리도 안나온다... 요즘 전자사전은 기능도 좋아져서 컬러로 게임도 있고 mp3도 된다. 부럽다...

혹시 오후 3시에 잠들어 아침 9시에 일어나 보았나? 그러지 않았다면 말도 하지 말아라. 피곤함이란 절때 느껴지지 않는다. 오후 3시 이전까지는;;

그 텅빈 마루를 채우는 전자제품 하나, 바로 전화기였다. 캐나다에 온지 대략 1주일이 됐을때...

'따르르릉~'

'(누구지?)'

엄마가 친근하게 전화를 받는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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