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일상 생활

데니의 캐나다 이야기 - 간식

신비한 데니 2010. 4. 25. 05:47

학교갈 준비를 한다. 책가방보다 더 섬세하게 싸는 것은 바로 도시락. 카페테리아가 없는 학교였기때문에 자기가 싸와야한다. 게다가 쉬는 시간도 아주 많은니 먹을게 없으면 배고파 죽는다. 점심보다 중요한 간식. 이 세상에서 제일 씁쓸할때가 다른 사람 먹고있는거 바라만 보고 있을때... 나는 씁쓸함을 느끼고 싶지않다!

'오늘은 쿠키 싸줄게.' 엄마가 말했다.

상자를 읽어보니 옆에 땅콩버터 쿠키였다. 나는 상관없지만 내 동생은 땅콩버터를 싫어한다.

'ㅋㅋㅋ 얘 오늘 간식 못 먹겠구만.'

나는 동생이 쿠키 한입 먹고 당황할 모습을 생각하며 흐믓한 미소를 지으면 도시락을 마저 집어 넣었다. 하지만 그냥 이렇게 숨기고 지나간것이 동생이 아닌 나에게 나쁜 소식을 가져올지 몰랐다...


즐거운 마음으로 등교를 했다. 첫번째는 매일 너무 지겹게 듣는 캐나다 국가를 듣고 반으로 들어간다. 영어시간... 나는 ESL!! 열심히 연습지 푸는 날이다. 옆에 친구랑 얘기하다가 간식 이야기가 나왔다.

'나 오늘 땅콩 쿠키 가져왔찌롱~'

'야;; 그거 여기 가지고 오면 안돼!'

'왜?'

'땅콩 알러지 있는 애들있어서 냄새 맡고도 문제 생길수 있어.'

'헐....'

'걸리지 않게 화장실 쓰레기 통에다 버려'

'에이 뭐 걸리겠냐... 쿨하게 넘겨버려'

내 동생은 무서웠는지 수업 끝나니까 재빨리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나는 뻔뻔하게 먹어보려고 들고 나왔다. 그런데 친구들이 냄새를 맡았는지 교장 선생님의 귀에 들어갔다.

'데니야 교장선생님 오피스로 오래.'

'WHAAAAAAAAAT!!!!!!'


교장선생님이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긴장 팍 했다.

'데니군, 땅콩쿠키를 가지고 왔나?'

'모르고 가져왔네요...'

'괜찮아요. 모를수도 있지.'

'지금 바로 버리겠습니다!!!'

'안 버려도 되요. 여기에서 먹고 나가서 놀아요.'

나는 울먹일뻔 했다... (난 순수했으니까;;)

'아닙니다. 안먹어도 됩니다.'

'그러면 나가봐요^^'

나가자마자 바로 확 갖다버렸다. 밖으로 나가자 한국친구들이 묻는다. 교장이 뭐랬냐고... 혼났냐고... 그냥 아무 말도 안했다고 하고 나는 하루를 보냈다. 교장선생님은 아주 상냥했으며 짜증은 찾아볼수가 없었다 ㅎㅎ 왜 울먹였는지 지금은 이해가 안된다...


엄마가 데리러 오자마자 동생이 엄마한테 한마디 한다. 내가 교장선생님한테 잡혀간것 까지 ㅋ

'아 까먹었네! 다음부턴 그러지 말아야겠다.'

'(아... 그냥 아침에 땅콩이라고 말할껄;;)'

이 날 교훈 하나는 제대로 얻었다. 남한테 골탕먹이려고 하면 결국엔 나한테 돌아온다는것을....
그때의 약간 씁쓸한 기억은 머리속에 잘 남아있고 아직도 땅콩은 맛있게 먹는다 ㅎㅎ;;

외국에는 은근 알러지가 많아서 대부분의 학교는 nut 종류는 들여놓지 않는다. 요즘에는 한국도 늘어나는거 같은데... 뭐가 문제일까...

외국가면 뭐가 들어있는지 조심해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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